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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걱정 없이, 회사가 집까지 챙겨준다면 어떨까?

by 꼭경 2025. 6. 26.

출퇴근 걱정 없이, 회사가 집까지 챙겨준다면 어떨까? 최근 스타트업들의 복지 실험이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임대료 보조를 넘어서, 직원들의 삶 자체를 안정시키는 전략적 복지를 펼치고 있다.

 

출퇴근 걱정 없이, 회사가 집까지 챙겨준다면 어떨까?

 

왜 주거 복지인가 주거불안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

대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주거다. 높은 전세금, 끝없는 월세 인상, 출퇴근 시간의 피로감은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현저히 낮추는 요소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빠른 속도와 고강도 업무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불안정한 주거 환경은 집중력과 창의성,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몇몇 기업들은 주거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업무 환경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즉, 집 걱정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주거 복지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명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과거 위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직원들과 입주민들이 함께 사는 공동 주거 공간을 운영하며, 회사의 업무 공간과 거주 공간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시스템은 협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젊은 인재들에게 주거 안정성이라는 확실한 복지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여러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에게 월세 일부를 회사가 대신 내주거나, 거주 지역에 따라 주거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초봉이 낮고 생활비가 비싼 대도시에서 일하는 젊은 인재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주거는 단순한 ‘복지 수단’이 아니라, 인재 유치와 유지에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거 불안을 해소한 직원들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이는 곧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생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 사례로 본 스타트업들의 주거 복지 실험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주거 복지를 도입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는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에게 일정 기간 자사 플랫폼 내 숙소를 업무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심지어 일부 팀은 단기 프로젝트 기간 동안 특정 국가의 숙소를 통째로 임대해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유럽의 원격근무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노마드 직원들이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것을 전제로 현지 거주 비용을 보조하거나 코워킹&코리빙(함께 일하고 사는) 공간을 지정 숙소로 계약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회사의 철학인 '자유로운 근무'와 정확히 맞물린다. 국내에서도 몇몇 스타트업들이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개발자 중심 기업 당근마켓은 신규 입사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임대 보조금을 지원하며, 직무 이동이나 팀 내 프로젝트 협업을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근하는 직원에게 주거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디자인 기업 로앤컴퍼니가 사내 복지 중 하나로 ‘직주근접 보조금’을 도입해, 직원이 회사와 가까운 곳에 거주할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현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구성원들이 장거리 출퇴근에 소비하는 체력과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이들 기업의 이직률은 평균보다 낮은 편이며,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회사’라는 평판이 구직자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이처럼 주거 복지는 단순한 지원책이 아닌, 기업 브랜딩과 인재 확보의 중요한 차별점이 되고 있다.

 

주거까지 책임지는 회사가 바꾸는 조직 문화의 본질

주거 복지가 가져오는 변화는 생각보다 깊고 광범위하다. 먼저, 회사=삶의 일부라는 인식이 조직 내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 회사가 삶의 기반을 함께 고민하는 존재가 된다는 인식은 구성원에게 강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복지는 특히 MZ세대에게 효과적이다. 이들은 ‘급여’ 이상의 복지를 중요시하며, 직장의 철학과 삶의 방식이 얼마나 유연하고 배려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즉, 이 회사는 내 삶을 존중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된 것이다. 주거 지원은 또한 팀 간 협업 환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출퇴근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사 근처에서 함께 생활하며 생기는 비공식적 네트워킹은 협업과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높인다. 이는 업무 효율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의 유연성, 창의성, 결속력까지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물론, 회사가 개인의 주거까지 책임지는 데에는 비용과 운영상 리스크가 따른다.하지만 이를 단기적인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조직 문화 투자로 바라본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특히, 높은 이직률과 낮은 몰입도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에게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일터는 삶터다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주거 복지는 그 삶터를 진짜로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복지 실험인 셈이다.

 

사람은 삶이 안정될 때 비로소 몰입할 수 있다. 주거를 책임지는 기업은 단지 월세를 대신 내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삶 전체를 지지하는 철학을 실현하는 것이다. 결국, 집을 챙기는 회사가 마음까지 챙기는 회사가 된다.